요즘 혁신학교가 화두인 듯 하다. 아주 가까운 주변 학교에서 내부형 교장공모제도 진행 중이다.
동토와 같았던 학교 현장에 작지만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필자에게 요청하는 강의 주제 역시 "수업혁신" 쪽이 많아지고 있다.
혁신학교이든, 학교의 혁신이든 "수업의 혁신"이 그 중심에 놓여져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또한 가능하면 우리가 해 왔던 실천의 경험들을 잘 살려 뭔가 자생적인, 우리 교육환경에 맞는
수업혁신 방법을 이야기했으면 한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의 실천이 전혀 없지 않다는 말이다.
혁신학교(혹은 대안학교)를 조금 일찍 시작한 곳이 외국의 어떤 수업 모델을 차용했다고 해서
줄줄이 따라할 필요는 없다. 당장의 현실은 조금 우려스러울 정도이다. 1년 안에 성과를 볼 요량이라면
누군가가 경험한 모범적 사례를 따를 일이지만 1년만에 성과를 볼 수 있는 수업혁신 방안은
지구상 그 어디에도 없다.
아울러 혁신학교의 수업관련 여러 사례들을 보니 지나치게 '방법론'에 치우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법론에 앞서 치열하게 고민되어야 할 것이 지식에 대한 관점, 수업을 이해하는 관점,
그리고 학생 및 교사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성찰적 접근이다.
이 부분에 대한 안목이 서고 나면 비로소 수업방법도 수업기술도 자기 존재를 획득할 것이다.
철학과 안목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한 도구적 관심으로 화려한 수업을 꿈꾸는 것이야 말로
또 하나의 '나쁜 실용주의'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또 다른 함정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학습의 효과'에 관한 것이다.
"학습효과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에 대한 논쟁은 끝도 없이 진행될 수 있지만,
확실한 것은 당장의 학습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 사실은 '수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주범이라는 사실이다. "수업의 혁신"이라고 "혁신"이라는 말을 동원했을 때는 기존의
방법, 혹은 수업에 대한 철학을 완전하게 전도시켜야 할 정도로 문제가 있음을 암시하는
말이지만, 이 말속에는 수업을 혁신하고자 하는 자의 '급한 마음'도 함께 매달려 있다.
혁신을 위한 계획, 그리고 과제의 도출과 수행, 결과의 확인...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 아닌가?
맞다. 이것이 그 유명한 과정-산출 관점, 즉 기능주의적 관점이다. 사실은 모든 교육현장에서
이러한 기능적 관점을 시정하고자 우리는 학교의 혁신, 수업의 혁신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서로 협력하고, 성과와 책임을 공유하며 느긋하게 한걸음씩 나아가는
일 처리에 익숙하지 않다. 때로 구시대적 관점과의 혼재는 종종 "아이들에게 협력을 강요하는"
교사의 조급성으로 나타난다. 알고 있지 않은가? 학습효과는 당장 시험 성적이 몇 점 올라가는
것으로도 나타날 수 있겠지만, 그리고 아이들의 수업태도가 좋아졌다라는 피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정말로 중요한 학습효과는 교사, 동료학습자와 더불어 축적한 지식을
내면화하여 그것이 이 학습자의 모든 인생과정에서 녹아드는 것이다.
당장의 결과에 급급하지 않는 느긋함이 학교의 혁신이든, 수업의 혁신이든
이 모든 변화의 과정 속에 있는 교사들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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