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컴 강의실
교사의 화법(8) - 콘텐츠가 있는 말
교사인 내가 얼마나 풍부한 단어와 문장을 사용하여 대화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의외로 많은 교사들이 같은 단어를 반복하여 사용하고, 알맹이 없는 문장을 사용하고 있다.
교사들이 구사하는 말의 상당 부분은 지시, 훈계, 명령, 확인 등으로 채워져 있다.
가끔 교사들이 학생과 대화하는 모습을 관찰하곤 한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거의 대화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일방적일 때가 많다. 학생을 불러다 놓고 뭔가 잘못된 행위를 확인하고 인정하게 한 다음
다음부터는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않도록 다짐을 받고는 학생을 놓아준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패턴이
몇 년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 대화에서 지시, 훈계, 다짐, 확인을 빼면
불행하게도 '내용'은 없다. 정말 교사가 학생과 더불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 모호하다.
교사의 화법을 좌우하는 요소에는 형식적인 것과 내용적인 것(콘텐츠)이 있다.
말의 크기, 속도, 음색, 표정, 제스추어 등은 형식에 속한다. 물론 이것들도 중요한 요소들이다.
그러나 역시 화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내용없는 말은 학생들을 절대로 감동시킬 수 없다.
교사화법의 풍부함을 결정하는 콘텐츠는 어떻게 확보될 수 있을까?
책을 많이 읽으면 풍부한 스토리가 생길까? 스피치 연수를 받으면 좀 나아질 수 있을까?
어느 정도 개선은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풍부한 대화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상대가 학생이든, 동료교사이든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의 말을 충분히 들어보려 할 것이다.
성실하게 상대의 말을 듣는 것은 내가 풍부한 문장을 구사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다.
둘은 지식과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종횡으로 연결하여 내것으로 녹여내는 힘이다.
나는 이것을 '통합적 안목'이라 불러왔다. 통합적 안목은 교사들에게 부족한 능력이기도 하다.
통합적 안목은 정답을 구하듯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슨 연수 한 번 들었다고 해서
구축되는 능력이 아니다. 통합적 안목을 키우려면 우선 사물을 대할 때 '기능적으로 보지 않기'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여기서 기능적으로 본다는 의미는 교사 자신의 전문성과 능력을 신장하기 위해
'한 가지 배워서 한 상황에 적용하겠다는 도구적 관점'을 말한다. 이러한 관점이 교사를 오히려
탈전문화시킨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통합적 안목은 '좋은 경험'에서 비롯된다.
무엇이 좋은 경험인가? 좋은 경험은 낱낱의 경험을 산술적으로 합하는 것이 아니다.
교사의 의식세계 내부에는 나무 한 그루와도 같은 체계가 있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을 때
이것이 나무 한 그루의 열매에 해당하는지, 혹은 잎, 줄기, 뿌리에 해당하는 지를 살펴
종횡으로 연결하고 배치하여 내면화시키는 상태, 이것이 좋은 경험이다.
같은 상황에서 같은 시간에 관찰을 하더라도 교사의 의식세계 내부에 있는 나무 한 그루의
모양에 따라 관찰 방식이 다르고 쌓이는 경험이 다를 것이다. 어떤 상태로 경험이 쌓이느냐에 따라
이를 현실 세계에 적용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모습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역시 기능적 관점, 도구적 관심이다. 좋은 경험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내 안에 들어오고, 또한 물이 흐르듯 내 안에서 밖으로 나간다. 그것이 교사 개개인이 서로
다르게 갖는 콘텐츠이다. 대화에서 콘텐츠가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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