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사이에 교육과학연구원이나 교육과정평가원 등에서
교수학습자료를 개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모두 정부 출연기관이거나 교육부/시도교육청 산하기관들이지요.
ICT 활용수업의 대중화에 따라 각 기관들에서 비슷비슷한
작업들을 수행하고 서비스하는 모습도 비슷해지는 느낌을 갖습니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조금씩 차별성을 갖기는 해도...
가급적이면 서로 상호보완적인 입장에서 중복 투자는 억제하고
각기 독특한 영역들을 개척하여 협초체제를 구축하였으면 합니다.

이제 에듀넷도 개편 작업을 통하여 새로운 운영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사기업에서도 교육 컨텐츠 제공
서비스를 많이 하는터여서 어찌되었던 교사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에듀넷의 발전을 위하여
교사지원단 소속의 많은 선생님들이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민이 모아지고 전달될 때 보다
효과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겠나 싶습니다.

에듀넷의 발전을 위하여 저는 다음과 같은 바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1. 교사를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 자리매김하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ICT 활용교육이 상업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전에도 주장한 바
있습니다만 ICT활용교육의 활성화에 따라 교사들이 교수학습 설계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 보다 만들어진 컨텐츠를 단지 이용만하는
소비자의 모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만약 에듀넷이
다른 사기업과 경쟁하기 위하여 완성된 형태의 컨텐츠를 선보이고자
한다면 교사의 소비자화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2. 공익성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원래 공익 사이트는 손님이 좀 적을 수도 있습니다. 수익성이
없는 사업과 컨텐츠는 사기업에서 만들지 않으므로 이런 곳에 투자를
많이 하여 교육의 공공적 성격을 살리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사기업에서 '팔리는 ICT자료'를 만든다면
에듀넷에서는 '가치있는 ICT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성공하는 교육 컨텐츠가 반드시 가치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가치있는 것이 잘 팔리는 것은 아니지요.
그러므로 '가치있는 것'은 수익에 대한 부담이 없는 정부기관이나
에듀넷 같은 교육부 출연기관에서 마땅히 담당해줘야 합니다.

3. '인터넷 문화' 교육에 좀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인터넷 문화라 함은 고답적인 정보윤리 교육이나 네티켓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얼마전에 한 세미나에 참석하여 약 14종의
'정보윤리' 관계 자료들을 검토했습니다. 모두가 '윤리적'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자료집들은
현장에서 거의 읽혀지지 않습니다. 거의 연구를 위한 연구가
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제 사용자의 의식을 문화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인터넷 문화' 교육에 대한 지침이 나와줘야 할
때입니다. 인터넷 문화 교육은 한마디로 '인터넷 제대로 읽기'에
대한 내용과 '인터넷 효과적으로 사용하기'에 대한 내용을
담아야 합니다. 이런 자료는 만들어봐야 별로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기피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따라서 이 나라
교육정보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에듀넷에서 체계화시켜야 할
작업입니다.

4. 최종적인 교수학습자료의 제공보다는 큰 방향을 연구하고
잡아주어야 합니다.

그간의 ICT활용교육은 이론보다는 실천에, 방향보다는 사례 발굴에
초점이 가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자료들이
많이 발견되었던 것도 우리가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사실, 교수
학습자료는 해당 교사가 자신의 교실에서 최적화된 모델로 개발했
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즉, '여기 좋은 모델이
있으니 모두 이것으로 해봐라...'라는 것이 아니라 큰 방향을 제시해
주고 최종적으로 사용할 교사들의 작업 폭을 넓혀주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5.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매우' 의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까지 위에 말씀드린 제언의 내용들은 그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현장의 교사들은 초기의
상명하달식, 기능적 ICT활용교육에 대하여 피로감을 느끼고 있으며
기술과 테크닉 위주의 ICT를 탈피하여 '내 수업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무엇이 가치있는가' 등의 마인드를 획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수이지만 이것은 매우 중요한 교사들의 의식
변화입니다. 에듀넷은 이러한 변화를 읽어내고 그들의 고민을
한 발 앞서 담아내는 선진성을 보여야 하는 것입니다. 다른 여러
사이트들이 에듀넷을 따라한 것인지, 에듀넷이 상업 사이트의
성장에 경쟁 의식을 느낀 탓인지...점점 대형 교육 포털 들의
차별성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톡톡 튀는 자료는 부족하더라도, 완성된 교수학습과정안이
부족하더라도 교사들이 꾸준히 찾고, 참여의 욕구를 생기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교사 본연의 임무인 '교수학습 설계자'로 자리매김
시켜주는 에듀넷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몇 자 제언의
말씀을 드립니다.

교실밖 교사 커뮤니티(http://eduict.org) 운영자 함영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