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교 지음, '교과서 밖에서 배우는 고전공부' (살림터)
아직 목차만 대충 훑어본 정도라 책에 대하여는 길게 쓸 말이 없다. 슬쩍 채사장의 '지대넓얕(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느낌이 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글쓴이가 얕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지대넓얕의 경우도 그러하지만 넓고 얕은 교양지식을 두루 전하기 위해서는 깊은 지식이 필요하다. 오늘은 정은교 저자에 대한 간단 탐구로 서평을 대신하기로 한다.
개인적으로는 '형'이라 부르는 몇 안되는, 그리고 아직 활동가라 부르기에 어색하지 않은 교사 정은교, 첫 만남은 1989년 전교조 결성을 전후로 하여 서울 강서남부지역 어디일 것이라 추측한다. 전교조 초기에 조직의 전망을 둘러싼 두 가지의 관점 중 한 가지에 대하여 비슷한 생각을 가졌었으므로 자연스럽게 대화의 기회를 가졌었다. 그리고 좀더 '밀접한 접촉'은 교육비평이라는 교육무크지를 만들 때, 글도 하나 써서 넘기고(ICT를 경계하라), 홈페이지도 만들어주고 하면서일 것이다. 내가 알기로 이 형은 거의 정년에 이르렀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면 1-2년 남았을 수도.
이미 글쓰기 내공에 대하여는 오래 전에 인정했던 터였다. 칼럼이나 권두언 등을 감칠맛나게 잘 썼다. 우리 말을 잘 어울려 쓰는 것도 특기였다. 풍자가 있으되, 힘있는 글을 썼다. 이 책은 '교과서 밖에서 배우는 인문학 공부(2014, 3)'를 비롯한 교과서 밖 시리즈 중 네 번째다. 1년 남짓 네 권의 책을 썼는데 가지고 있는 지식과 콘텐츠가 빈약하면 가능하지 않다. 다만,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 경우 저자로서 저평가되고 있다고 말한다.
글쓰는 사람으로 피해갈 수 없는 냉정한 자문 중의 하나는, "내 글이 글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특히 내 경우처럼 글도 쓰면서 회원 수가 많은 교사단체를 이끌고 있는 경우, 말하자면 어느 정도의 고정 독자를 가지고 있을 때, 세간의 평가가 글쓰기 능력 이상으로 매겨지지 않는지 따져볼 일이다. 모든 저자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고독한 실존이다. 글로 인해 오는 세상의 평가와 본인의 현주소를 제대로 읽어야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한 줄 한 줄에 내 지식은 물론이요, 삶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 문제의식에 비추어 교사 정은교의 글은 그의 지식이나 내공, 치열한 삶의 궤적에 비하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교과서 밖에서 배우는...'으로 검색하면 그가 쓴 책들을 만날 수 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이다.
한 가지 더. 정은교 형은 정년을 코 앞에 둔 지금까지, 적어도 내가 확인한 바로는 운동판에서 '권력의지'가 없었던 소수의 활동가 중 한 명이었다. 그 점은 아쉽다. 왜냐하면 풍부한 콘텐츠가 없이 권력의지만 강했던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컨대, 교사 정은교는 앞으로 많은 글을 쓸 것이다. 나는 권력의지는 없었고, 썼던 글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글쓰기의 고독한 실천을 육화하고 있는 이 형을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