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교컴
<십대를 위한 드라마 속 과학인문학 여행> 을 읽고
이 책은 과학과 인문학을 별개의 범주가 아닌 하나의 범주로 보는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는 다양한 과학 현상과 원리가 숨어있으며 저자는 이를 재미와 흥미, 그리고 과학적인 의미로 다양하게 풀어낸다. 제 2세대 인지과학의 성과는 인류에게 과학을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근거를 제공해주었다. 사실과 가치가 분리되어 있지 않듯이, 몸과 마음은 분리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과학과 인문학도 분리되지 않는다. 과학이든, 인문학이든 그것의 배타적 우선성을 주장하는 순간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경험하곤 한다. 과학이 인문학에 대해 배타적 우선성을 주장하지 않으면서 그 영향력을 발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현실의 다양한 문제 상황에 과학이 기여하면서도 인간적인 관점을 놓지 않는 것이다.
최근 뉴스를 통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인 이춘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활용된 DNA에 관한 논의를 접하였다. 진범이 확실한 이춘재를 특정하기 위해 활용한 DNA 역시 100퍼센트의 개연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나머지 1%는 무엇일까? 인문학이 차지하는 지분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 삶에 있어 초자연적이면서도 과학을 넘어선 어떤 가치나 현상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개연성과 확실성 사이에서도 과학은 배타적 우선성을 가지기 힘들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과학은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삶과 연관된 과학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었고, 생생한 사례가 흥미진진했다. 특히 가짜 얼굴로 계속 살다 보면 어느 날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가면 현상(57쪽)을 통해 현대인의 우울을 살펴볼 수 있었다. 또한 방관자 효과(70쪽)를 통해 도덕과 감정, 도덕과 법, 방관자의 도덕적 책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즉 과학을 통해 인문학을 사유한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드라마나 영화의 스토리는 과학과 인문학의 자연스러운 결합을 보여준다.
나는 평소에 야구를 정말 좋아한다. 야구에서도 과학과 인문학은 서로 경쟁한다. 최근에는 사이버매트릭스를 통한 데이터 야구가 트렌드다. 그러나 이 역시 감독의 직관이나 선수의 느낌과 같은 변수에 의해 얼마든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인공지능 로봇의 경우에도 윤리적인 문제를 피할 수 없듯이 말이다.
아내와 나는 선택장애를 겪고 있다. 이 책에서 배리 슈워츠가 말한 선택에 관한 논의가 흥미로웠다. 선택지가 많다고 해서 항상 더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 선택지가 많으면 그것을 선택하기 위해 투입되는 손실 비용이 증가해 선택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감소한다는 것(87쪽)을 통해 생활 속 심리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영화 엘리시움은 인터스텔라, 마션과 더불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과학 영화 장르다. 특히 암세포를 공격하는 분자로봇이 있다면 우리 부모님이 겪을 수 있는 병도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증강현실(164쪽)이나 가상 현실을 활용한 생활 속 과학도 이 책에 잘 소개가 되어 있었다. 최근 한 야구 선수가 겪었던 공황 장애를 보도한 TV 프로그램에서 증강현실을 활용한 공황 장애 치료를 접했다. 효과적이었지만 역시 야구 선수 본인의 자유 의지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깨비와 인공강우의 문제도 올림픽에서 이슈가 되었듯이 윤리적으로 논쟁 거리가 풍부한 과학적인 주제였다. 초자연적인 것들 앞에 인간은 늘 작아지지만 초자연적인 것을 설명하기 위한 노력은 과학을 통해 계속될 필요가 있다. 이는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큰 악을 방지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이분법적 사고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이것 혹은 저것이 아닌 그렇게 규정된 선택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길은 상호인정의 윤리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태도에서 비롯될 것이다. 과학과 인문학의 관계는 상호제약적이어야 하며 우리는 이러한 관계를 통해 더 나은 인간적 삶, 더 나은 과학적 삶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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