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교컴
<수화, 소리, 사랑해>를 읽고
책을 받은 지가 한참 됐는데...이 책 저 책 함께 읽다 보니 후기가 조금 늦었습니다. 이해해 주실거죠? ^^*
짧은 후기 들어갑니당~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내가 얼마나 나와 신체 조건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에 대해 무지했는지 몰랐다. 특히 이 책에서 나온 두 농인 부부 사이에서 자란 청인 아이가 가진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이 책이 아니면 결코 보지 못했을 것이다.
듣지 못하지만 그것에 부끄러움보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두 부부, 그리고 그 사이에 태어난 주인공 청인 베로니크. 듣지 못하기에 이 두 부부는 아이에게 더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며 아이를 키웠다.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만큼 엄마 아빠는 얼마나 나를 지켜보았는지 모른다. (중략) 그들은 한시도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으니까. 이것이 다가 아니다. 부모님은 늘 나를 매만지고 쓰다듬어 주었다. 눈빛과 손짓, 미소 구리고 내 볼을 어루만지는 손길. 모두 소리를 대신하는 것들이었다. (P.10)
청인들도 이렇게 아이를 키우기는 쉽지 않다.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중요한 것들을 농인인 두 부부는 너무도 잘 실천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시련들도 찾아온다.
부모의 입장이 된 지금은 베로니크 부모의 마음이 많이 공감되고 크게 다가온다. 많은 것을 해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해 갖는 안타까움... 그러나 베로니크는 그러한 부모도 자신의 부모이기에 부모가 부끄럽지 않았다. 그래서 전철 안에서 수화하는 부모의 모습을 사람들이 이상한듯 힐끔거릴 때 베로니크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친다.
"뭘 쳐다봐요? 우리 엄마 아빠가 귀머거리여서 당신들한테 무슨 피해라도 줬어요?".(p30)
이 장면에서 가슴이 찡하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맞다. 그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가. 그들이 단지 대다수의 사람들과 신체조건이 다르다는 것이 그들의 잘못이 될 수 있을까? 오히려 잘 듣는 청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악행을 저지르고 수많은 잘못을 하는 것들을 우리는 수없이 봐 왔다. 그럼에도 그들은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과 맞서 세상에서 죄인 취급을 당하며 살아가기 일쑤다.
이 책을 통해 농인들의 대화 방식인 수화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름을 철자로 표현하기엔 너무 길기 때문에 사람을 지칭할 때 '얼굴이름'이라 하여 신체적 특징이나 성격으로 사람의 정체성을 표현한다는 점과 수화는 내용어를 분절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청인들의 대화 방식과는 어순이나 표현이 다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입술 모양을 읽는 농인들이 비슷한 언어를 혼동할 수 있겠다는 점이다.
농인들에겐 인디언처럼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별명이 평생 따라다닌다. (중략) '긴 갈고리 코' '대머리 독수리' '뾰족한 여우 귀' '숯댕이 눈썹' ' 뱀파이어 이빨' 등 당사자가 싫어하는 신체적 특징을 별명으로 붙이기도 한다. (p.57)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이 문장을 수화로 하면 <<비. 끝. 땅. 딱딱하다.>>와 같다.
엄마는 '비가 그쳤고, 땅이 단단해졌다'고 이해한다. (P.126)
물론 요즘에는 의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는 장애인들을 대할 때 불편한 마음과 시선으로 바라보기가 쉽다. 그것은 아마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무지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게 농인들의 삶과 그의 자녀들의 고충 그리고 사랑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그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다만 한 가지 신체 조건이 달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극복하며 살아간다는 것, 사실 이 역시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난 오래 전부터 부모님에 대한 환상을 가져왔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오늘의 난, 그들이 자랑스럽다.
그들을 지지한다.
그리고 그들을 사랑한다.
엄마 아빠가 이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발췌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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