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교컴
우리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를 읽고
인디고서원의 청소년들이 토론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코로나19 교육 보고서'다. 중간 중간에는 글의 흐름을 연결해주는 편집자의 글이 담겨있는 것 같다. 첫 시작,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원격수업 전환을 통해 30세 미만의 사망자는 0을 기록한 우리나라가 연간 청소년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 827명의 숫자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글은 읽는이의 머릿속을 충격으로 몰아넣는다. 잠시 이성을 되찾고나면 감염병예방 차원의 행동이 국가교육의 부작용과 단편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을 금방 생각해낼 수 있지만, 곰곰히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비극적 현실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자신이 읽고 생각한 바를 잘 풀어서 설명한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온라인수업으로 생긴 학력격차에 대해 우려를 표현하고, 교사에 따라 수업의 질이 현저하게 차이가 남을 지적한다. 우리나라와 청소년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어달라며 교사에게 요구를 하기도 하고, 입시교육의 폐해를 온 몸으로 느끼면서도 거기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돌아보며 현실의 좌절과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교사가 된 지금, 학생들이 주장하는 모든 내용에 언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으로 보아 나는 기성세대의 관점에 다가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스스로를 의심해본다. 또한 학창시절 입시 때문에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서도 교과서 교육 마저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거나 현재의 교과서완 전혀 관계없는 오래된 지도서를 줄글처럼 읽어주며 잠에 빠진 아이들을 바퀴벌레로 비유하는 옛 선생님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지금은 분명 그때보다 훨씬 더 나은 교단, 교사들로 학교가 채워져있음을 확신하고 있고, 그때와 또다른 방식으로 교실이 바뀌어 감을 '목격'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여전히 학생들에겐 와닿지 않는다는 것 또한 실감하게 된다.
책의 저자 중 한 명의 청소년은 교육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우리나라 교육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추측하기도 한다. 공부를 잘해서 아쉬운 것 없이 졸업하고 그들이 권력을 지닌다면 우리나라 교육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평소에 내가 생각했던 점을 콕 집어 말하는 이 청소년들의 생각에 감탄하면서, 다시금 우리 정치인들이 살아온 배경과 교육관을 짐작해본다. 치열하게 경쟁하여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획득한 사람들, 그 속에서 폭력적인 학교 문화를 그대로 목도한 이들의 눈에 교사와 학교는 불신의 대상일 뿐이다.
청소년의 눈에 비친 학교, 청소년이 풀어내는 학교의 모습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왜 불신받는가? 여전히 과거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력 15년 내외의 젊은 교사들이 있다. 학교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 교사들과 그들의 영향 아래에 새로운 학교 문화를 온 몸으로 싸워 쟁취한 이들이 있고- 그 문화의 기반 위에 전혀 다른 가치관과 합리적 사고로 임용된 교사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이토록 일반화된 관념에 둘러싸여야 하는 것일까? 청소년의 등 뒤에서 그들이 바라보는 학교를 다시 살펴보는 것은 켜켜이 쌓인 불신을 다시금 하나씩 회복하는 과정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청소년의 언어로 풀어 낸 이 책은 분명 교사들이 보기에 억울한 지점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학생에게 모든 오해를 풀라고 말할 수만은 없는 현실 또한 분명하기에, 교사가 7걸음을 나아가서 학생이 3걸음을 걸을 수 있도록 도와야만 한다.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학생에게 '현실을 목도하라'며 입시 레이스를 완주시키는 것은 무책임하고 부도덕하다. 교사가 더 많이 다가갈수록 학생은 걸어나올 용기와 힘을 얻게 되지 않을까. 우리가 가야할 그 7걸음에는 어떤 의미와 마음을 담아야 하는지 생각해보기 위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아이들은 이미 3발짝 나와 있으니, 교사는 너무 늦지 않게 마중을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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