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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시민교육의 철학과 모델이라는 부제가 다시 눈에 들어온다. 촛불시위를 바라볼 때 그 출발이 자발성이었음, 자신의 의사표현을 가장 부드럽게 설득하는 방법이었음, 또한 놀라움의 현상이었음에도 한쪽에서 떠오르는 물음표가 있었다. 군중심리, 호기심, 그리고 현장의 구경꾼은 또 얼마였을까?

촛불 시위가 보여주는 크기는 분노의 크기이기도 했고, 질서는 또한 자부심을 주기도 했으나 그것이 두터운 기초 위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그 마저도 분위기의 확산과 무언의 압도에 의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 본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시민에 의한 자발적 실천에 대한 의심일 수도 있지만 흔히 일상에서 보게 되는 배려, 소통, 이해의 부족을 생각하면 굳이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그런 모습을 만들어 내는 힘을 생각하면 또한 발전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희망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면 그 촛불이 강요하는 바가 단지 정치권에 대한 발언이기만 하지 않고 얼마큼의 세력화를 경주하는 것이 되기도 한 것은 민주주의의 꽃으로 보게만 하지 않았다.

책에서 메리토크라시와 유교의 근대성과의 관련을 보면서, 오랫동안 우리가 당연한 것을 생각한 능력이란 것에 대한 편견을 생각하게 되었다. 참 오랜 세월 능력이란 것의 권력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적어도 인간의 다양성과 존엄성을 생각한다면, 능력이란 것을 인정함에 너무 무책임하고 무모하게 젖어있었던 건 아닌지. 약육강식의 정글논리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그 사고의 불합리를 생각지도 못하고, 아이들과 호흡하면서 오늘의 내 모습에 자부심을 갖게 하고자 했으니 얼마나 모순인가.

젖어있음의 위험과 깨어나기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당장 변하지 못하더라도 모순점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변할 수 있다. 시나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