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교컴
한권으로 읽는 쇄미록을 읽고
일기는 자신이 겪은 일과 생각을 적은 것이라 남에게 꼭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글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남의 일기를 읽을 기회가 있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내가 처음 읽었던 남의 일기는 초등학생때 읽은 안네의 일기였다. 잔뜩 기대하고 읽었던 안네의 일기는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고 그 이후 남의 일기는 다시 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나는 호기심에 또 다른 일기를 읽었는데 '난중일기'가 그것이었다. 초등학생때 읽었던 난중일기는 안네의 일기보다 더 재미가 없었다. 그날의 날씨를 완벽하게 기록하였으나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는 전혀 흥미로울 것이 없었던 난중일기는 이순신이라는 위인의 이름이 아니었다면 아마 끝까지 읽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어른이 된 지금은 안네의 일기와 난중일기의 시대적 배경상 그 내용이 즐거울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안네 프랑크와 이순신 장군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일기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던 나는 세번째 일기를 읽게 되었는데 그 책이 바로 '한 권으로 읽는 쇄미록'이었다. 나에게는 매우 생소한 일기였지만 몇번의 역사 강의를 직접 듣고 존경하게 된 신병주 교수님의 해설을 믿고 읽게 된 쇄미록은 처음 읽을 때에는 크게 흥미롭지 않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매력적인 책이었다. 전쟁중에도 제사를 걱정하는 양반의 모습, 친척들과 지인으로부터 얻는 양식으로 오랜 전쟁을 버티는 모습, 노비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 아들 손자를 바라는 양반의 모습, 임진왜란에 대해 공부할 때 자주 들었던 인물들의 이름 등 일기글을 읽을수록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어 즐거웠다. 물론 나의 이런 생각을 마치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각 장마다 '함께 읽는 쇄미록'이라는 타이틀로 신병주 교수님의 해설이 되어 있는데 이 해설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쇄미록을 지은 저자인 오희문을 꽤나 오해할 뻔 했다. 쇄미록의 저자 오희문은 전쟁기간 중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록을 남긴 끈기있는 인물이었다. 노비와 주변 인물들을 얄미워하는 모습에서 나이든 양반이지만 귀여운 면모도 보이고 죄지은 노비를 용서하고 제사를 지내주는 모습에서는 인간적인 면모도 엿볼 수 있었다. 첫째 며느리가 딸을 낳을때 아쉬워하는 모습과 전쟁중에도 제사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현대를 살아가는 나로서는 오희문을 완전하기 이해하기 어렵긴 했지만 오희문이 조선시대 양반으로 50년을 넘게 살아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란 이해도 할 수 있었다. 양반인 오희문조차 굶주림과 추위로 어려움을 겪었던 모습을 보며 임진왜란 당시 힘없는 백성의 삶이 상상이 되어 마음이 아팠다. 그 와중에 당파싸움을 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며 현재의 우리나라의 모습도 떠올랐다. 어쩌면 단순할지도 모르지만 쇄미록을 읽으며 우리와 후손들은 전쟁의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더 강해졌다.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기록을 멈추지 않는 오희문에게 감사하다. 쇄미록을 읽고 나니 난중일기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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