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교컴
교사가 사유해야할 여덟 가지, 그리고 제안 ' 교육사유 '
교사가 사유해야할 여덟 가지, 그리고 제안
함영기 저, <교육사유>, 바로세움, 2014
함영기 장학관은 현재 서울특별시 정책연구 장학관이다. 전직 수학교사였으며, 실제로 만나 보면 낮은 목소리의 차분한 말투로 만나는 사람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는 분이다. (아, 개인적 의견이다) 전직하고 장학관님이 나에게 해준 조언은 ‘정신줄 놓지 말고 공부와 독서를 게을리 하지 마세요’ 였다. 나는 자신있게 ‘네’라고 대답했다. 지금은 그 자신 있게 했던 대답을 철회하고 싶을 만큼 정신줄도 못 잡고, 독서도 못하고 있다. 적응기간이라 그렇기도 하거니와 업무 특성상 워낙 출장이 많아서 책을 예전처럼 늘 가까이 한다는 게 만만하지는 않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도 전국 체전이 열리고 있는 충주이다.
‘교육사유’를 처음 읽은 것은 2014년이다. 분량이 짧지만, 한 편 한 편이 참으로 묵직한 교육에 대한 생각거리들을 ‘사유’하게 하는 책이었다. 다시 읽으려 책을 펼치니 수많은 밑줄과 쪽구분용 스티커로 책이 알록달록하다.
함영기 장학관이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상상력과 사유이다. 교사에게 끊임없이 교육에 대해 상상하고, 사유하라고 나직하게 얘기한다. 교육이라 얘기하면 범위가 너무 넓어서 여덟 개의 소주제, ‘사회,개인,학교,교사,학생,수업,평가,혁신’등 교사가 교육에 대하여 반드시 사유해야할 주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저자는 교사에게 ‘좋은 책 읽을 시간을 충분히 주라. 또 좋은 사람 만나 좋은 대화 나눌 시간을 허하라(p114)’라고 한다. 왜냐하면 ‘교사는 기본적으로 사유를 통하여 그의 전문성에 다가갈 수 있는 존재(p114)’이기 때문이다. 사유? 가 뭐지? 사전적 의미를 찾으려다 사유의 의미를 사유했다. 결론은 사유란, 어떤 주제에 대하여 곱씹어 되뇌이는 것.
그런데, 막상 학교를 떠나 학교를 바라보니 교사들이 ‘사유’할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임을 알았다. 연수 한 가지를 개설하려 해도 어떤 요일에 흔쾌히, 그리고 많이 올 수 있게 할까?를 고민하고 어떻게 판을 벌이면 교사들은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모든 것들이 녹록하지 않다.
그러면 교사가 사유할 수 있게 하는 방법중 한 가지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학교에 너무나 많이 있는 反교육적인 것들을 걷어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너무나 많다. 돌봄, 방과후 등이 대표적이고 그 외에 정보공시, 무의미하게 기록을 위한 기록이 되어버린 항목이 더 많은 생활기록부, 교원평가, 성과급, 그리고 기묘한 구조의 승진제도, 무엇이든 양적으로 평가하는 여전한 관행은 교육을 반교육적으로 만드는 것들이다.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대신할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하고 있는 것중 뭐가 문제지? 로 접근하면 가장 쉬울텐데 교사는 어쩌면 잘 버리지 못하는 존재인 듯 하다. 물론, 교사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말이다.
결국 사유하는 교사가 되기 위한 출발점은 교사가 교육활동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주체가 된다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한다’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되어 협력하는 것이다. 시스템이나 매뉴얼에 종속되지 않는 주인이 되어 동료교사와 협력하는 것, 이것이 사유하는 교사가 되는 출발점이 아닐까 한다.
지금 이순간, 내가 뭘 하고 있지? 라고 고민하는 교사에게, 나는 왜 교사지? 라고 고민하는 교사에게, 교육의 목적이 뭐지?를 고민하는 교사에게 ‘교육사유’를 추천한다.
나도 정신줄 놓지 말고, 예전만큼 공부하도록 나 자신을 되돌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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