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의 운명에 중대한 의미를 지닌 세 번째 이브가 출현한 것 같다. 구랍 26일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최초의 인간복제 아기는 ‘이브’라 명명된 몸무게 3.2㎏의 여아이다. 복제아기를 만들어 낸 클로네이드의 브리지트 부아셀리에 박사에 따르면 이브는 복제양 돌리처럼 체세포 핵치환 기술로 복제된 것으로 보아진다.

첫번째 이브는 하느님이 창조한 최초의 여자이다. 기독교에서는 이브가 뱀의 유혹에 넘어가 금단의 열매를 따먹고 아담에게도 권했기 때문에 에덴 동산에서 쫓겨났다고 설명한다. 이브의 타락으로 인류는 억제할 수 없는 성적 충동을 느끼고 성교 행위를 부끄럽게 여기게 된다. 결국 이브와 아담의 후손인 인류는 누구나 원죄 의식을 갖고 태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번째 이브는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현생인류의 어머니이다. 미국의 앨런 윌슨 교수는 세포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세계 곳곳에서 수집해 분석하고, 현생인류의 조상은 대략 20만년 전에 아프리카에 생존했던 여자라는 결론을 얻었다. 윌슨은 이 여인을 이브라고 불렀다. 아프리카가 에덴 동산인 셈이다. 요컨대 현생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흑인종이었으며 나중에 세계 도처로 퍼져나가 지역에 따라 상이한 인종적 특성이 출현하면서 백인종도 되고 황인종도 되었다는 것이다.

30살 미국 여성의 체세포로 복제된 세번째 이브는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류가 자초한 재앙이다. 복제 아기는 우선 전통적인 가족 개념을 파괴하는 무서운 존재이다. 복제된 아기와 산모 사이의 관계를 설정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산모의 제왕절개로 태어났으므로 모녀 사이가 되지만 유전적으로 동일해 쌍둥이 자매라고 해야 타당한 것이다. 이처럼 복제 아기는 인류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부정하는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클로네이드가 인간복제에 발벗고 나서는 까닭은 유사 종교 단체인 라엘리안 무브먼트가 운영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라엘리안은 다른 행성에서 날아 온 외계인들이 지구의 생명체를 복제했다고 믿는다. 비행접시 따위를 신봉하는 집단이 첨단과학을 악용해 인류의 존엄성에 도전한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탈리아의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는 이 달에 세르비아에서 복제된 남자 아기가 태어날 것이라고 호언한다. 아담의 출현이 임박한 것이다. 이제 과학자들은 옷깃을 여미고 과학의 의미를 되새겨 볼 때이다.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참고자료

△클로네이드 홈페이지 http://www.clonai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