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6 주주 2008.11.11 09:02

10년이 되어도, 20년이 되어도 계속될 고민이 아닌가 합니다...

저도 어느새 10년을 훌쩍 넘겼지만 늘 같은 고민을 합니다...

대신 아주 쬐금 늘어난게 있다면, 아이들을 대하는 여유, 그리고 그들의 시선에서 본 세상은 어떨까하는 상상력 정도입니다. 그 친구들의 시선으로 본다는 것은 당연히 어렵고,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하고 추측하고 상상해 보는 그런 노력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문제행동이 많은 아이들 앞에서는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방치하는 것과는 다르죠.

아이들의 문제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그냥 서로 편안해 질 수 있는 환경을 같이 모색해 본다고나 할까요?

처음 특수교사가 되었을때는 아이들의 문제 행동이 장애때문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생각이 들지 않네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까지 말하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누구나 싸인곡선의 감정기복이 있게 마련이고, 분출하고 싶은 욕구가 화산처럼 있게 마련인데, 우리 아이들은 느끼는 것도 조금 다르고, 말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의 욕구나 감정상태를 절제하여 표현하기가 힘들 수 밖에 없더군요. 그러함에도 그 아이에게 늘 따라오는 딱지는 문제행동이 심한 친구, 장애가 있는 친구라는 것이고, 그친구 입장에서는 아주 작은 표현을 한 것일뿐인데, 그것이 사회화 되어 있지 못하는 이유로 아이 스스로는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질책이 들어가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점점 더 나빠지게 되는 것 같구요. 이것이 어릴때부터 반복적으로 쌓여가니 그 아이의 스트레스는 얼마나 클까 생각해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물론 이것도 일반화 하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의 문제행동의 원인은 대부분 개인별로 다르니까요.

정서장애 아이들을 수년간 집중적으로 지도하면서 그저, 제가 느낀점일 뿐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지금도 정서장애 아이들이 50~60% 정도 되는 학교입니다. 이전에 근무했던 학교는 100%에 가까웠구요. 다운증후군 친구를 만나는 것이 소원이 될만큼 단순 정신지체는 없는 곳에서 근무해 보기도했습니다. 한 반에 열명의 아이들이 있으면 열명 모두 하늘로 날아다니더군요...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나는 아이들과 소통해야 한다.' 소통없이는 그 아이의 문제행동을 중재할 방법은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말이 쉽지 우리아이들과 소통한다는 것... 정말 너무도 어렵지요... 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조금 더 가지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우리 아이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기에 방법은 좀 다르지만 생각보다 쉽게 마음열기를 하는 것을 수없이 보았습니다. 그렇게 서로가 마음을 열때, 아이들은 저를 한없이 사랑해 주더군요.

우리의 마음이 좀 덜 열린 것은 아닌지, 내가 너무 선생으로서만 아이들 앞에 있는 것은 아닌지, 선생이기 이전에 세상과 평범하게 소통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이 진심으로 마음을 둘 수 있는 친구가 될 수는 없는지....

가르쳐야 할 많은 것들로 조급한 나의 마음을 조금 내려 놓고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 아이들이 옵니다... 수업시작... 오늘도 즐겁게 보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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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3 유채 2008.11.11 11:16

역시. 주주선생님 다워요..

 실은. 저도 이런 위로와 마음의 평온을 주는 글을 읽고 싶어서.

이 곳에 주절주절 적었나봅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소통.. 우리 아이들과의 소통.. 이 말이 참 와 닿습니다.

오늘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멀리서 바라보되 더 친근하게 곁에 머무르는 연습을 더. 해야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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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6 주주 2008.11.11 13:00

아무래도 우리는 특혜를 받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통해서 이렇게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결국 성장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니까요. 아이들은 세상을 보는 또다른 눈을 우리에게 선물합니다.

그 선물을 기꺼이 받으며 아이들과 함께 행복해 할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

같이 화이팅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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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6 황소 2008.11.11 22:46

참 많은 생각들이 오갑니다.

선생님의 아름다운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녀석이 선생님을 미소짓게 하는 미소동이가 될 겁니다.

저는 평범한 길에서, 가끔 만나는 돌출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그래, 그 때가 언제일른지 몰라도 그날이 오겠지?

오지 않아도, 나는 또 그 길을 갈거다."

샘!

다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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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3 유채 2008.11.11 23:01

간직하고 두고두고 떠올려야 할. 말이 많습니다.

그 말을 행동으로 아이들 앞에서 옮기도록 하려구요.

자신감 만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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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4 무뚜 2008.11.12 10:23

무슨 일이 있어도 소통해야한다는 주주샘 이야기가.. 예전에 외국에서 아이들 가르칠때 언어장벽에 맞써 싸우며 무조건 이해하고 보자.. 어려워도 그렇게 하자고 다짐했던 때가 떠오르네요.

진심은 통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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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6 은토 2008.11.13 02:30

저도 두 명의 장애우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일반반이면서도...

청각장애와 ADHD성향이 아주 강한 아이입니다.

일단 청각장애가 있는 아이는 거의 문제 없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ADHD성향이 아주 강한 아이입니다.

유채샘 만큼 저도 기싸움을 엄청했습니다.

물론 사랑의 소통 방법을 병행하면서...

지금은 기적처럼 아이가 나아지고 있습니다.

일단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으니까요.

학습태도도 점차 나아지고 있어서

주주샘이 말하는 소통이 시간은 걸려도 효과가 크다는 생각을 한답니다.

두 아이로 인해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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